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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고역사관 개관 30주년 기념 - 동길산 시인 역사관 탐방기 3
  개성고역사관 개관 30주년 기념 - 동길산 시인 역사관 탐방기 3
작성자 : 관리자 / 2021-11-06 오전 9:56:15
내용

개관 30주년 <개성고 역사관> 탐방기 3

박재혁·금수현·노무현, 그리고

동길산 시인

熱落仙他地末古 大馬渡路徐看多. 한시 같은 이 한자들은 암호다. 무슨 뜻일까. 뜻은 따로 없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된다. ‘연락선 타지 말고 대마도로서 간다.’ 이 암호를 엽서에 적어 보낸 사람은 의열단원 박재혁 의사. 일제강점기 무장독립단체 그 의열단이다. 영화 <암살>에 활약상이 조명된 바 있다.

박재혁(18951921) 의사는 이 학교 졸업생. 졸업 후 직장을 거쳐 곡물 무역상이 된다. 중국의 독립투사와 교류하게 되고 항일운동에 전념한다. 무역상이다 보니 항구의 상황을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암호 엽서는 중국의 동지에게 보낸 것. 일본을 통해 조선으로 입국할 때는 일경의 감시가 덜한 대마도로 가란 암호였다.

개성고는 독립유공자의 학교다. 최근에 확인한 전창호(34) 동문을 비롯해 무려 36명이다. 단일 학교로는 한국에서 가장 많다. 그 중에서 4회가 4명이고 4명 중 3명이 의열단원이다. 4회 박재혁 의사는 1920914일 일제의 부산 심장부인 부산경찰서에 폭탄 투척이라는 의거를 일으켰다.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옥중 단식으로 순국했다. 작년이 의거 100주년, 올해가 순국 100주년이다.

박재혁 의사 사진은 유일하게 세 장이 남아 있습니다. 세 사진 모두 우리 역사관에 있습니다.” 역사관 노상만 관장이 가리키는 사진의 박 의사는 영원한 청년이다. 재학시절 소풍 가서 찍은 사진이 그렇고 졸업기념 사진이 그렇고 의거 전날인 1920913일 동기 최천택과 찍은 사진이 그렇다. 박재혁 여동생의 손녀가 기증한 박재혁 도장에 새겨진 글자는 박재혁신(朴載赫信).’ ()이 아니라 신()을 새긴 그 결기가 역사관에 시퍼렇게 감돈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국민가곡 <그네>를 작곡한 금수현(1919~1992) 선생도 이 학교 24회 졸업생이다. 역사관은 별도로 특별관을 두어 금수현을 기린다. 5학년이던 1937년 탁구부를 지도한 공로로 받은 상장이며 증명서, 1940년 일본 동양음악학교 성악과 졸업 증서, 금수현 관련 희귀 음반과 우표, 축음기 등은 시선을 오래오래 붙든다.

금수현 기념관의 백미는 피아노와 <그네> 악보. 피아노는 선생의 유품이고 악보는 원본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건반 하나하나 금수현의 지문이 스며든 피아노, 도레미파솔라시도 음보 하나하나 금수현의 육필로 채워나간 악보를 여기 개성고 역사관 말고 또 어디서 볼까. 악보에는 ‘1947. 5’라는 작곡 시기와 모교 부산상고에 드림이란 친필 문구가 보인다. <그네> 원본 악보를 제외한 모든 유품은 선생 작고 후 부인이 기증했다. 2015년 노상만 관장이 보낸 서른아홉 쪽 편지 구구절절한 사연에 감동을 받아 남편 모교에 일괄 기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대통령특별관은 만감이 교차한다. 무거우면서 가볍고 가벼우면서 무겁다.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 53회 졸업생. 역사관은 동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부산상고 재학시절 추억의 사진부터 대통령을 지내고 고향 봉화마을로 가서까지 한평생을 사진으로, 유품으로, 육필로, 이런저런 자료로 들추어낸다.

이전까지는 봉투에 대통령 이름 석 자만 인쇄했데요. 부인 이름을 함께 넣은 건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랍니다.” 소박했던 대통령답게 소박한 봉투 하나가 눈길을 끈다. 앞면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뒷면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권양숙이라고 인쇄된 소봉투다. 노상만 관장이 의미 부여를 하기 전에는 분명 그냥 지나쳤을 봉투 하나에도 노 대통령은 평등의 철학과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를 담았다. 소박하면서 다감했던 바보 대통령이 새삼 그립다.

개성고 역사관은 대통령이 수두룩하다. 대통령 내지는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이들의 친필 휘호가 역사관 벽면 이쪽저쪽을 차지한다. 임시정부 김구 주석, 이승만 대통령, 윤보선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의 육필을 곰곰 들여다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충효전가(忠孝傳家).’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 문구다. 일제강점기 개성고 재학생과 졸업생의 항일투쟁과 독립정신을 기린다. 그런데 김구 선생 친필이 왜 여기 있을까. 김구 선생이 휘호를 써서 전할 만큼 개성고는 독립운동의 성지였다. 김구는 그게 늘 고마웠다. 박재혁 의사를 비롯한 순국선열을 단 한시도 잊지 않았다. 개성고가 명예졸업장을 드린다고 하면 흔쾌히 받아들였을 김구 선생이었다.

dgs1116@ganmail.net

<본 탐방기사는 부산진구청에서 후원하여 동길산 시인께서 우리역사관을 방문하여 오랜시간 동안 취재하신 내용입니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님께서 우리 역사관을 방문하시고, 개성고역사관은 부산의 개항사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역사자료가 많이 전시되어 있음으로 우선 부산진구 구민들께서라도 먼저 관람을 하도록 권유하는 뜻에서 '부산진구청신문' 을 통해 구민들에게 홍보차원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서은숙 구청장님, 부산진구신문편집장 차대진, 동길산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개관 30주년을 맞아 부산시민, 국민과 함께하는 개성고등학교역사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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